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항상 여행지에서 경험할 것에 관하여 항상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았던 풍경, 영상에서 본 거리의 분위기, 다른 사람들의 후기가 쌓이면서 어떤 여행을 나에게 찾아올지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미 그곳을 한 번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면 생각과는 다른 장면이 펼쳐질 때가 있습니다. 더 조용하기도 하거나 더 복잡하기도 하고 예상보다 평범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너무 기대를 크게 한 것인지 아니면 사진이 과장된 것인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여행에서 가장 묘한 순간은 바로 이때입니다. 내가 기대한 모습과 실제가 정확히 겹치지 않는 그 순간이 여행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어색함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길과 처음 마주한 거리의 모습은 항상 낯설었습니다. 사진에서는 더 넓어 보였던 길이 생각보다 좁아 보이고 화려할 줄 알았던 곳이 의외로 평범한 동네로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장면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지 않으면 살짝 실망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이게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곳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막상 도착했는데 왜 사람들이 여기로 오는지, 왜 여기가 이 도시에서 특별한 장소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골목 안쪽의 작은 가게, 해가 기울면서 달라지는 빛, 사람들의 표정 같은 것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의 어색함은 사실 이곳에 처음 방문을 하다 보니 적응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실망처럼 느껴졌던 감정의 정체
여행 중 실망이라고 느끼는 감정은 의외로 장소 때문이 아니라 기대 때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미 머릿속에 만들어 둔 이미지가 너무 또렷하면 실제 장면이 그에 미치지 못할 때 아쉬움이 커집니다.
사진 속 장면은 가장 좋은 날씨, 가장 예쁜 각도, 가장 정돈된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날은 흐릴 수도 있고, 사람이 많을 수도 있고, 공사 중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현지에 가니 보이지 않아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을 찾으러 온 것이지, 사진과 똑같은 장면을 확인하러 온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비교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기대를 조금 내려놓는 순간부터 여행은 더 편해졌습니다. 눈앞의 풍경을 평가하기보다 관찰하게 되었고 좋고 나쁨을 따지기보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과 영상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장면들을 보게 되니 오히려 여기를 방문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기대와 다를 때 여행은 더 오래 남는다
대부분의 여행지를 가면 기대와 완벽하게 일치했던 장소보다 예상과 조금 달랐던 곳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애매하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상이 달라졌던 공간, 처음엔 조용해서 심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엔 그 조용함이 편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은 확인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대와 실제가 완전히 같다면 놀라움은 적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다른 각도에서 그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그 공간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을 떠나기 전 일부러 해당 장소의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보지 않고 떠납니다. 모든 것을 알고 가기보다는 도착해서 느끼는 감정을 조금은 남겨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가면 실망은 줄어들고 관찰은 늘어나서 더 여행을 즐기게 되는 거 같습니다.
여행지에서 기대와 실제가 달랐던 순간은 실패가 아니라 시작에 가까웠습니다. 내가 상상했던 장면이 아니라 그곳의 실제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여행은 비로소 나의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