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날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입니다. 이미 항공권도 예약했고 숙소도 정해졌고 일정도 대략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안정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괜히 불안해지고 뭔가 빠진 게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행 전날은 설렘과 동시에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도 해외여행을 가기 전날에 다 준비를 한 것 같은데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권이나 환전을 한 현지 화폐를 집에 놔두고 공항으로 간 적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짐을 싸다 보면 ‘혹시 몰라서’가 늘어난다

여행 전날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짐을 필요 이상으로 챙기는 것입니다. 분명 출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간단하게 짐을 싸고 다녀 오자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캐리어를 펼쳐 놓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날씨가 갑자기 바뀌면 어떡하지, 신발이 젖으면 갈아 신을 게 필요하지 않을까, 혹시 감기에 걸리면 약이 필요하지 않을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짐은 점점 늘어납니다.
저 역시 몇 번이나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여행지에서는 입지 않은 옷이 절반이었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출발 전날에는 그 물건들이 꼭 필요해 보였습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까 봐 미리 대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오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불편했던 적은 거의 없었고 부족하면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여행 전날에는 이상하게 혹시 모를 상황을 상상하게 됩니다. 결국 짐이 많아지는 건 준비가 철저해서가 아니라 불안이 조금 더 앞서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행 전날은 설렌다고 생각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여행 전날 밤은 유독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일찍 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고 일정표를 다시 확인하고 비행기 시간을 몇 번이나 체크하는지 모릅니다. 이미 확인했던 내용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더 보게 됩니다. 혹시 시간 착각을 한 건 아닐까, 여권을 가방에 넣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히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보다는 긴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일상과 다른 리듬을 요구합니다.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 체크인 마감 시간, 환승 여부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 비행기일수록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채 공항으로 향하게 됩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오히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데 전날 밤만큼은 모든 변수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여행 전날의 불면은 준비 부족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긴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출발 전날의 마음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있다
여행 전날의 마음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 기대가 큰데 동시에 작은 걱정도 함께 존재합니다. 날씨는 괜찮을까, 예약이 잘 되어 있을까, 길을 헤매지는 않을지, 이런 생각들은 실제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유독 크게 느껴집니다.
저는 예전에는 이런 마음을 불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 마음은 오히려 여행이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신호에 가까웠습니다.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더 낯설게 느껴졌을 뿐이었습니다.
막상 여행이 시작되면 전날의 걱정은 대부분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면 긴장이 풀리고 도착지 공항에 내리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상황에 적응하게 됩니다. 여행 전날의 복잡한 마음은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 놓친 것이 없는지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긴장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 전날에 미리 어떤 것을 준비하여야 하는지 메모하고 저녁에 짐을 다 싸고 나서 자기 전에는 캐리어를 더 열어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대신 조금은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행 전날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권이나 국제 운전면허증, 지갑은 집을 나가기 전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놔두고 잠자리에 듭니다. 해외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