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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가장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

by hhkim1109 2026. 2. 16.

여행지에서는 작은 물건도 특별하게 보인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는 건 가장 비쌌던 지출이 아니라 괜히 쓴 것 같았던 지출입니다. 전체 여행 경비에서 보면 큰 비중도 아닌데 유독 그 장면만 떠오릅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결제를 하였고 현장에서 바로 선택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나 집에서 캐리어를 정리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걸 괜히 산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감정은 단순히 금액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 내가 왜 구매했는지 생각해 보면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결제한 순간

여행지에서는 평소보다 감정이 조금 더 앞서기 쉽습니다. 낯선 거리, 기분 좋은 날씨, 여행지 특유의 분위기가 판단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평소였다면 한 번 더 고민했을 물건도여기서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장바구니에 담게 됩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소품을 고르다가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여행의 기억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계산대로 향합니다.

그 순간에는 분명 기분이 좋습니다. 여행의 한 장면을 손에 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와 가방을 열어보면 그 물건이 생각보다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서 산 것인지, 아니면 그날의 기분에 밀려 선택한 것인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식당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줄이 길고 배는 고파서 그냥 손님이 많지 않은 식당에 들어가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식사를 하면조금만 더 찾아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가격이 비싸서 그런 것 보다 선택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남기 때문에 돈이 더 아깝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그 순간 아쉬웠던 건 음식이 아니라 서두른 판단이었습니다.

 

 

조급함이 만든 지출

여행 일정이 살짝 어긋나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길을 잘못 들었거나, 생각보다 이동 시간이 길어졌거나, 예약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는일단 빨리 가자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교통수단을 급하게 선택하게 됩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거나 당일 예약 가능한 숙소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을 바로 결제하기도 합니다.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이미 일정이 밀렸고 더 고민할 시간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느 매장에서 10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물건을 산 적이 있는데 다른 매장에서는 여권으로 외국인이라는 것을 인증하면 할인을 해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조급함 속에서 결제했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은 여유를 기대하며 떠난 시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에서 가장 조급해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 조급함이 만든 지출은 숫자보다 감정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카드 사용 내역을 볼 때도 특정 결제 건이 유난히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금액이 아니다

여행 중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을 다시 떠올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설렘, 피로, 불안, 기대 같은 감정이 판단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비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그 소비가 기억 속에 오래 남습니다.

반대로 금액이 크더라도 스스로 납득한 선택은 후회가 적습니다. 오래 고민해서 선택한 숙소, 꼭 가보고 싶었던 레스토랑, 일정에 맞춰 계획적으로 예약한 체험 프로그램은 가격이 조금 높아도 마음에 남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내가 선택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 중 결제를 하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분위기가 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최종 선택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신중하게 선택을 해서 나중에 느끼는 후회가 줄어드는 걸 경험했습니다.

여행에서 완벽한 소비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은 대부분 금액이 아니라 선택의 방식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금액보다 왜 이걸 사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여행이 끝난 뒤의 마음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