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여전히 언어 장벽이 있는 나라입니다. 간판, 메뉴판, 안내문 대부분이 일본어로 되어 있고, 영어가 항상 통하는 환경도 아닙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말이 안 통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실제로 여행 중에 영어로 물었지만 대답을 못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적도 있어서 답답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행에서는 언어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졌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갑자기 영어를 잘하게 된 것도 아니고 물론 일본인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행을 하는 도중에 사람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없어졌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 번역과 통역이 있었습니다.
말을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
예전에는 일본어를 못하면 불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문장을 만들지 못하면 대화 자체가 어렵다고 느꼈고 여행 관련 블로그에서 본 문장으로 얘기를 해도 상대방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으니 괜히 일본어로 말 걸기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여행에서는 일본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무언가 물어봐야 할 상황이 오면 굳이 영어로 물어보거나 블로그에서 봤던 문장을 일본어로 얘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번역이나 통역 앱을 켜고 입력하거나 말을 하고 화면을 보여주면 된다는 선택지가 항상 머릿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을까 봐 망설이던 순간은 사라지고, 핸드폰으로 상대방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거나 말하고 보여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길을 물어보거나, 가게 이용 방법을 확인할 때도 완벽한 문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번역된 문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사 전달은 충분했고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언어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도구로 보완하면 되는 요소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메뉴판과 안내문 앞에서 멈추지 않게 됐다
예전 일본 여행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던 순간 중 하나는 메뉴판과 안내문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글자가 빽빽한 메뉴를 보며 사진과 숫자만 보고 추측하거나 직원에게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물어봤지만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고 그냥 무난한 메뉴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었습니다.
메뉴판이나 안내문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번역 어플을 실행시킵니다. 몇 초만 기다리면 모든 내용이 번역이 되어 제가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될 수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엄청 편했습니다. 번역 어플도 100% 완벽한 번역이 아니어도 방향을 잡기에는 충분했고 언어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이 변화는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언어 때문에 포기했을 가게도 들어가 보게 되었고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지나쳤을 장소도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언어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확인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여행을 훨씬 더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어가 ‘장벽’이 아니라 ‘과정’이 되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언어를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예전에는 언어가 막히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였고 일정의 변수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긴장했던 순간도 있었고 여행 중 피로도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어가 막히는 순간이 와도 그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번역을 한 번 거치면 언어가 통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인식 변화 덕분에 여행 중 판단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영어와 몸짓으로 물어보았다면 지금은 핸드폰으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여행의 분위기까지 바꿔 놓습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일본 여행이 예전보다 편해졌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불편한 요소가 사리진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당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일본 여행이 편해진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말이 잘 통하게 되어 서가 아니라 말이 안 통해도 핸드폰 하나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