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교통패스를 고민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여 교통비가 많이 비싸고 한국처럼 환승 할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JR패스처럼 무제한이라는 단어가 붙은 상품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몇 번만 타도 본전이라는 설명을 보면 괜히 안 사면 손해일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일본을 가기 전에 가장 먼저 교통패스를 검색했습니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닐 계획인데 많이 타면 이득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몇 번 다녀오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교통패스가 항상 이득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통패스를 사면 본전이라는 생각이 먼저 생기는 구조
교통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선결제입니다.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심리적인 압박도 함께 만들어냅니다. 이미 돈을 냈기 때문에 그만큼은 꼭 이용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생깁니다.
예전에 JR패스를 사용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실제 이동 거리를 계산해 보면 굳이 신칸센을 탈 필요가 없는 구간도 있었지만 “JR패스를 샀으니 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장거리 이동을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동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교통패스를 산 이후에는 이동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보다 본전을 채우는 쪽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개별 결제를 했을 때는 이동 자체를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면 근처를 걷거나 동선을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상하게도 전체 이동 거리는 줄어들었는데 여행의 만족도는 더 높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계산해 보면 애매한 경우가 많다
교통패스가 항상 손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도쿄–교토–오사카처럼 도시 간 이동이 많은 일정이라면 확실히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여행 일정이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3~4일 머물며 근교 한 번 정도 다녀오는 일정이라면 개별 결제 총액이 교통패스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교통패스를 사는 이유는 혹시 몰라서 미리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 거 같습니다. 이동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현장에서 매번 표를 끊는 게 번거로울 것 같다는 예상이 결정을 하게 만듭니다.
저도 계산기를 두드려 본 적이 있습니다. 막연히 이득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몇 천 엔 차이였고 어떤 일정에서는 오히려 개별 결제가 더 저렴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교통패스의 가치는 이동 횟수보다 일정 구조에 달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교통패스가 무조건 이득이라는 오해
교통패스를 구매하면 이득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큰 금액을 한 번에 지불했기 때문에 이후 이동이 공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지불한 비용을 나눠 쓰고 있는 것뿐입니다.
개별 결제는 탈 때마다 돈이 빠져나가니 지출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교통패스는 추가 결제가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이 차이가 교통패스가 더 이득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전체 금액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몇 번의 여행을 거치면서 제 기준은 바뀌게 되었습니다. 도시 간 이동이 많으면 교통패스를 고려하고, 한 도시 중심 일정이면 굳이 교통패스를 사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동이 많을지 아니면 애매하다고 생각되면 먼저 개별 요금을 계산해 봅니다. 그 과정만으로도 결론이 대부분 나옵니다.
교통패스는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다만 무조건 사면 이득이라는 것은 조금 과장되어 있습니다. 여행은 이동을 많이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교통패스를 살지 말지의 기준은 얼마나 탈 것인가 보다,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은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교통패스를 판매하는 회사는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JR을 많이 이용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관광지에 JR패스로 갈 수 없는 구간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확인을 하고 구매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